[CES 2025]조주완 LG전자 CEO "트럼프 2기·중국 공세, 준비 완료"4Q 어닝 쇼크 사과, '2030 미래비전' 위한 체질개선 속도
라스베이거스(미국)=김도현 기자공개 2025-01-13 07:28:07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0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이 진행 중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모인 국내 기업 사이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기술 변방으로 취급받던 중국이 강한 위협으로 성큼 다가온 데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면서다.삼성전자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LG전자도 마찬가지다. 다만 LG전자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수년간 이같은 불확실성에 대비해온 덕분이다.
◇상고하저 기조 탈피 준비, 핵심키워드 '구독·B2B'
LG전자는 8일(현지시각) CES 2025 전시장 내 조주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참석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마침 전날 2024년 4분기 잠정실적이 공개돼 관련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 LG전자는 해당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22조7775억원, 1461억원으로 추산했다. 증권가 전망치(컨센서스)를 밑도는 '어닝 쇼크'였다. 연간으로 집계하면 역대급 실적이나 마무리가 개운치 않았던 셈이다.
조 CEO는 4분기 성적에 대해 "좋은 숫자를 내지 못한 죄송한 부분이 있다. LG이노텍 포함한 수치이나 우리도 썩 잘한 건 아니"라면서 "항상 상고하저(상반기 잘하고 하반기 못하는 패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계절적 요인으로 뒤로 갈수록 부진하는데 그런 부분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환경이 녹록지 않았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조 CEO는 "중국 업체들이 트럼프 당선을 예상하고 미리 물건을 실어나르면서 물류비가 60~70% 뛰었다. 이 때문에 손익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고 토로했다.
장기간 불안정 상황이 이어지자 LG전자는 이를 상수로 여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찌감치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환율 등에 대응하기 위해 '플레이북'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조 CEO(사진)는 "트럼프가 돌아와서 관세를 조정하면 생산기지에 변화를 줄 것"이라며 "전 세계 LG전자 공장 간 교차 생산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3개월 전부터 트럼프 2.0 관련 시나리오를 리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삼수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기회보다는 위협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세금 정책, 전기차 시장 둔화 등이 예상된다. 생산 방식, 재고 방식 등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더불어 구독과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 더욱 힘을 줄 계획이다. 조 CEO는 "경쟁사(삼성전자)가 결국 구독 분야에 들어왔으나 오히려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을 보고 있다"면서 "우리의 강점은 4000명이 넘는 케어 매니저에 있다. 이들의 역량, 네트워크, 오랜 경험 등이 밸류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재철 HS사업본부장(사장)도 거들었다. 류 사장은 "구독하려면 걸맞은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적합형 제품, 높은 수준의 매니저 등이 구독 사업 성장을 견인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구독 만료된 제품에 대해서는 리퍼비시 상품으로 재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거 및 수리 프로세스는 구축했으나 물류 과정이 복잡하고 개조 난도가 높아 우선 사업성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구독 사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75% 이상 성장하면서 2조원에 육박했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규모를 3배 이상 키우겠다는 의지다.
B2B와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사업도 가속화할 방침이다. B2B에서는 냉난방공조(HVAC)가 기대주다. 이를 위해 전담 에코솔루션(ES)사업본부가 출범하기도 했다. 스마트팩토리, 전장 등을 더해 LG전자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B2B가 차지하는 비중을 45%로 높일 계획이다.
웹OS 등 플랫폼 부문은 2030년까지 매출 규모를 현재 5배 이상으로 늘릴 목표다. 전사 영업이익의 20%를 담당하는 사업모델로 육성하겠다는 심산이다.
◇경영진이 바라본 CES 트렌드, 신성장동력 방향 설정
간담회에 등장한 경영진은 CES 2025 관람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조 CEO는 "(IFA 2024부터) 중국 위협을 거론했는데 '이렇게까지 가까이 왔구나' 싶다. 인식 단계를 넘어 실행 단계까지 도달했다는 판단"이라며 "기술 리더십, 원가경쟁력, 공급망 관리 및 브랜드 마케팅 등 3가지 항목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있거나 수립 중"이라고 전했다.
LG전자 인근에 부스를 차린 TCL, 하이센스 등 중국산 TV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가성비를 넘어 최초, 최대 스펙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형세 MS사업본부장(사장)은 "115인치 등 대형 TV 위주로 전시하던데 이를 따라갈 것이냐는 고민이다. 세계적인 가옥 구조상 100인치 넘는 사이즈를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중국 패널 의존도가 높아지긴 하나 10년 이상 노하우가 스며든 시스템온칩(SoC) 등이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맥락에서 로봇 등 신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조 CEO는 "로봇 사업은 '확실한 미래'라고 본다. 베어로보틱스 지분 투자한 것도 그 이유"라면서 "가정용, 상업용, 산업용 등으로 나뉘는데 일단 (가전과 연계 가능한) 가정용에 집중할 것이다. 이를 위해 베어로보틱스 지분을 추가 인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CSO는 "로봇이 자율주행과 유사하다고 본다. 레벨별로 구분해서 접근하려고 한다"며 "서빙 및 물류 로봇은 이미 시작했으니 사업화하고 휴머노이드 등 미래 준비를 동반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AI 비서(에이전트) 공동 개발, 데이터센터 칠러 협업 등도 새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이뤄진다. LG전자는 타사 대비 MS와 긴밀한 협력 중임을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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