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경영승계 시스템 변화]우리금융, 계파 고려한 'CEO 교차 선임' 관행 변화 조짐①후계자 아닌 참모 중심 임원진, 계파 갈등 감안…승계 프로그램 도입해 새판짜기
최필우 기자공개 2025-01-23 12:49:09
[편집자주]
국내 재계는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오너 위주로 경영승계 판도가 짜이지만 금융권은 사정이 다르다.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정해져 있어 권한 분산과 승계 구도를 염두에 둬야 한다. 부회장, 부문장, 부사장 등으로 불리는 임원들은 현직 회장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차기 CEO 후보로 꼽히곤 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승계 프로그램은 지배구조 선진화 척도이기도 하다. 금융지주 경영승계 시스템 현황과 최근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1일 07시44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은 지주에 부회장을 두지 않고 부사장 중심으로 경영진을 꾸리고 있다. 회장의 의중이 반영되거나 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육성된 인사들을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따로 관리하지 않고 참모 역할을 할 임원진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승계 절차에 부회장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데는 오랜 기간 이어진 계파 갈등 구도가 영향을 미쳤다. 내부 출신 CEO를 배출한 이래 옛 한일·상업은행 출신들이 번갈아 선임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후계자를 일찌감치 낙점하거나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외부 출신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중심으로 계파 갈등 봉합을 도모하고 계열사 승계 프로그램을 손질하면서 관행에 변화가 감지된다.
◇19년째 부회장 전무…후계 양성 어려운 '계파 양립' 구도
우리금융은 2001년 국내 최초로 금융지주를 설립했고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지주사 체제를 해체한 뒤 2019년 다시 지주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부회장으로 재직한 건 2005년까지 우리금융에 몸담은 김종욱 전 부회장이 마지막이다. 이후 19년간 부회장을 맡은 인사는 없었고 관련 제도도 운영되지 않았다.
부사장급 임원들과 차별화된 지위를 갖는 부회장을 두지 않는 배경에는 우리금융이 오랜 기간 이어온 승계 관행이 자리한다. 그룹과 은행 최초 내부 출신 CEO로 이팔성 전 회장, 이종휘 전 행장이 취임한 이후 한일은행,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 CEO에 취임하는 방식이 관행으로 뿌리를 내렸다. 특정 계파 CEO가 재직 중일 때 다른 계파 임원이 후임자가 될 것이라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같은 구조에서 회장 측근이 참모를 넘어 후계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금융지주 회장이 후계자 선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2010년대에도 우리금융은 예외였다. 회장이 측근 인사를 부회장으로 기용하고 차기 회장으로 육성할 경우 다른 계파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회장단을 운영해 공개적인 육성과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우리금융은 CEO 승계 시점이 도래할 때마다 계파 갈등이 불거지며 구성원 화합에 어려움을 겪곤 했다. 한일은행, 상업은행 출신이 포함된 부회장단이 운영되면 후계 경쟁에 따른 갈등 구도가 상시 수면 위로 드러나 있는 셈이어서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존재한다.
그룹 자산이나 계열사 규모가 경쟁사에 비해 작은 것도 부회장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에 대한 자산, 순이익 의존도가 90%를 넘어선다. 금융지주 비은행 포트폴리오 핵심으로 꼽히는 증권사, 보험사가 완전히 자리잡지 못했다. 부회장에게 계열사 시너지나 그룹을 아우르는 신사업을 맡기기에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계파 갈등 해소 일환 '경영승계 시스템' 변화
우리금융 경영승계 시스템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10년 만에 외부 출신인 임 회장이 취임하면서다. 임 회장은 2023년 취임 때부터 우리금융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계파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계파 갈등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CEO 승계 절차의 선진화를 강조했다.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공식적인 승계 프로그램이 가동됐다.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2023년 행장 후보 4명을 공개하고 외부 자문기관과 3개월 간 검증을 거쳤다. 지난해 전임 회장 친인척 부정 대출 사태 여파로 후보군을 비공개에 부쳐 한발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후보군 육성 및 검증 프로그램을 안착시키려는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임 회장은 회장 승계에도 공식 프로그램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계파를 고려한 CEO 교차 선임 관행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자추위는 지난해 말 우리카드, 우리캐피탈 대표로 각각 외부 출신, 평화은행 출신을 선임했다. 우리카드, 우리캐피탈도 주요 계파를 고려해 CEO를 선임해 왔으나 인선 기조에 변화를 준 것이다. 회장, 행장을 배출하지 못한 계파를 배려하는 식의 인사 관행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이같이 인선 과정에서 계파를 고려하지 않으려는 기조는 추후 회장 승계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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