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불안한 13년만의 적자 [은행경영분석]작년 1.4조 적자예상…"구조조정 업무 집중따른 부담확대로"
안경주 기자공개 2014-03-05 10:33:19
이 기사는 2014년 03월 03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기업 구조조정의 후폭풍으로 인해 13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후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적자와 비슷한 모습이다. 문제는 산업은행의 기초체력이다. 충당금적립전 이익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산업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조 3000억~1조 40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손실 규모가 1996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에만 1조 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산업은행의 이 같은 적자는 지난 2000년 이후 13년 만이다. 산업은행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조 8894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후 1999년 2117억 원 흑자전환했다. 하지만 대우계열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2000년 1조 398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TX 구조조정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들어나면서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증가했고 대우건설과 KDB생명의 손상차손 증가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며 "최종 결산이 나와봐야 하지만 외환위기 영향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2000년과 비슷한 규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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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과 비교해 차이가 있다면, 당시에 비해 낮은 부실채권 비율이다. 산업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부실채권(NPL)비율은 3.07%로 2000년 당시 8.12%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다. 이는 대출채권 규모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의 대출채권 규모는 지난 2000년 49조 9000억 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말 대출채권 규모는 99조 6000억 원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대출채권 규모가 커지면서, 부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 규모가 커지게 되고 이는 손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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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차이점은 위험의 분산이 과거에 비해 줄어 들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기업 구조조정에 거의 빠짐 없이 참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2000년 기업 구조조정은 대우계열과 현대계열이 중심이었고, 채권단에는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포함돼 있었다. 반면 지난해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이었던 STX 계열에 대한 산업은행의 익스포저는 절대적이었다. 산업은행의 STX계열 익스포저 비중은 36%였고, STX계열 부실채권(총 2조 6000억 원)만 1조 원가량 발생했다. 여기에다 성동·대선·SPP조선(3조 5000억 원), 쌍용건설(6000억 원), 경남건설·동양계열(5000억 원) 등 지난해 구조조정을 진행한 대기업에 대한 산업은행의 익스포저가 30% 이상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로 촉발된 기업 구조조정 당시에는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여신도 많아 위험이 분산됐다"며 "하지만 최근엔 다른 은행들이 부실 징후 기업에서 대출을 회수하면서 기업 구조조정 업무가 (산업은행에) 집중되면서 부담도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부실 완충력은 취약해지고 있다. 산업은행의 충당금적립전이익은 2010년 2조5427억 원, 2011년 2조 1406억 원 등 2조 원을 넘겼다. 그러나 2012년 1조 4947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말 기준 충당금적립전이익은 1조 원을 간신히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추가 부실이 발생할 경우, 대처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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