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2월 20일 14: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할아버지 A, 아버지 B, 손자 C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정상적으로 상속이 이루어진다면 A 사망 후 B가 재산을 상속 받고, B 사망 후 C가 상속을 받게 된다(사망순서: A→B).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A보다 B가 먼저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C 입장에선 B가 먼저 사망했다는 이유로 A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한다면 부당하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C는 대습상속의 법리에 의해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
대습상속 관련해선 크게 세 가지 법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동시사망에 관련된 것이다. 동시사망은 동일한 위난(危難)으로 다수가 사망한 경우를 들 수 있다. 원래 대습상속이란 B가 '먼저' 사망하고 난 다음 A가 사망했을 때(사망순서: B→A) 성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A와 B가 '동시에' 사망한 경우(사망순서: A=B)에도 대습상속의 법리가 적용이 될 지 의문이 들 수 있다. C 입장에서는 A가 먼저 사망하고 B가 사망한 경우든 B가 먼저 사망하고 A가 사망한 경우든 A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 그런데 유독 A와 B가 동시에 사망한 경우에만 C가 A의 재산을 받을 수 없다면 억울할 것이다. 대법원은 A와 B가 동시에 사망한 경우에도 C는 대습상속에 의해 상속받을 수 있다고 판시해 논란을 정리했다(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13157 판결).
두 번째는 유류분과 관련한 것이다. 유류분은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재산을 말한다.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유류분반환청구권의 대상이 되는데, 대습상속인의 경우에도 이 법리를 그대로 관철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할아버지 A가 손자 C에게 재산을 물려준 상황을 가정하자. 그 후 아버지 B가 할아버지 A보다 먼저 사망한 경우(사망순서: B→A), C는 대습상속의 법리에 의해 상속인이 되어 A의 재산을 상속받는다.
이 때 대습상속인도 상속인이므로 A가 C에게 증여해 준 재산이 상속인에게 증여해 준 재산으로 볼 수 있어 유류분반환청구권의 대상이 되는지(제 1견해), C 입장에서는 증여받을 당시는 단순히 손자의 지위에서 받은 것이지 상속인의 지위에서 받은 것이 아니므로 유류분반환청구권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는지(제 2견해) 논란이 됐다.
대법원은 제2견해를 따라 '대습상속인에 해당하는 C가 B의 사망이라는 대습원인의 발생 이전에 피상속인 A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는 증여 당시 상속인의 지위에서 받은 것이 아니므로 유류분반환청구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논란을 정리했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31802 판결).
세 번째는 상속포기와 관련된 것이다. 아버지 B가 거액의 빚을 지고 있다가 사망했다고 가정하자. 아버지 B의 직계비속인 C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B의 빚은 차순위상속인에 해당하는 직계존속인 할아버지 A가 갚아야 된다. 그 후 A가 사망하면(사망순서: B→A) B의 자녀인 C는 대습상속인의 지위로서 A의 상속인이 된다.
이 때 아버지로부터 할아버지에게로 넘어온 빚도 상속받게 되는데 C가 아버지 사망시 상속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그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지(제 1견해), 아니면 대습상속인의 지위에서 A에 대하여 상속포기를 또 해야 빚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지(제 2견해) 논란이였다.
최근 대법원은 제2 견해를 따라 'B에 대한 상속포기의 효력은 A에 대한 상속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C는 A 사망 후 재차 A에 대한 상속포기를 해야 B의 빚을 갚을 의무를 벗어날 수 있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4다39824판결).
방효석 KEB하나은행 변호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졸업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변호사
서울시, 한국교직원공제회 등 법률자문
[저서] '알고 싶은 부자들의 법률 상담 사례집' 저자(2013년)
[저서] '잘사는 이혼법 행복한 상속법' 저자(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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