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vs 한진家]첫 대결 '완패' KCGI, 전략 수정할까⑬'㈜한진·한진칼' 주총, 회사안 모두 통과…'우군' 확보 비상
고설봉 기자공개 2019-04-02 09:03:54
[편집자주]
별다른 대응 전략을 내놓지 않고 '정중동'하는 듯 보이는 한진그룹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이어 터진 갑질 사태, 국민적 공분, 주요 권력기관의 잇따른 수사, 그리고 "너희들 문제가 많아 행동에 나서겠다"라고 말하는 듯 지분을 매집하고 달려든 한 펀드. 동시에 불붙은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흐름과 국민연금의 주주관여 움직임. 한진그룹 수뇌부는 비상상황에 있다. 강성부 펀드라고해서 느긋하진 않다. 경제적 이슈를 넘어 정치적 관심사가 됐고 국민적 주목도가 높아졌다. 이 분쟁이 어디로 가고 있고 분쟁 당사자들의 전략은 무엇인지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9일 16: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GI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주주제안이 막히면서 주총에서의 표 대결은 무산됐고, 다른 주주들과 연대를 통한 한진그룹 최대주주 및 경영진 압박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KCGI는 ㈜한진과 한진칼 주총에 각각 대리인을 파견하며 끝까지 한진그룹을 압박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오히려 KCGI의 한계가 더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KCGI 외에 기관 및 소액주주들은 대부분 한진그룹에 더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KCGI가 전략적으로 ㈜한진과 한진칼 주총에 참석해 조직적 '반대'를 이끌어내려고 했지만, 정작 KCGI에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들은 많지 않았다. ㈜한진과 한진칼 주총에서 각 이사회가 상정한 의안이 100%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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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의 조직적 주총 참여, 전략은 '반대'와 '표대결'
KCGI는 지난 27일 진행된 ㈜한진 주총과 29일 진행된 한진칼 주총에 각각 대리인을 파견했다. ㈜한진 주총에는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 및 직원들을 대리인으로 참석시켰다. 한진칼 주총에는 신민석 KCGI 부대표가 직접 구 변호사 및 직원들을 데리고 참석했다.
KCGI의 전략은 '반대'와 '표대결'로 귀결된다. KCGI는 ㈜한진과 한진칼 이사회에서 상정한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한 뒤, 개별 안건 별로 주주들의 '찬성·반대·기권' 여부를 거수로 표결하자는 요구를 했다. 두 번의 주총에서 모두 같은 방식으로 요구했고, 모두 세세한 안건까지 표결하는 데 성공했다.
또 KCGI는 '반대'의 명분과 '표대결'에서의 우호지분 확보 등을 위해 부의안건 처리 전 경영진 등에 대한 문제제기로 포문을 열었다. 특히 ㈜한진과 한진칼에 상정한 의안 중에서 회사 경영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또 '사외이사 선임의 건'을 두고는 '후보들이 이해상충 문제가 있고, 대주주와의 관계 등으로 인해 독립적이지 않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이어 '감사위원 선임의 건'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한 KCGI의 전략은 ㈜한진과 한진칼에 대한 KCGI 내부의 인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KCGI는 주총에서 "회사에서 제안한 안건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식의 불신을 드러냈다. KCGI 대리인인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한진 주총에서 "회사의 이사회가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 위원회가 추천한 인사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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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완패'…KCGI, 우호지분 얼마나 얻었나
전략 실천에 있어 KCGI는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2인1조로 자리에 앉아 한 사람은 공개적으로 발언을 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노트북(혹은 테블릿 PC) 등을 이용해 주총 현황을 엑셀 등에 기입했다. 특히 각 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를 기입하며 의안별 주주들의 표심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총에서 조직적으로 전략을 수행했지만 결과는 KCGI의 완패로 끝났다. KCGI가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표대결을 벌였지만 ㈜한진과 한진칼 이사회가 상정한 부의안건은 모두 가결됐다. 대다수 주주들은 원안에 찬성했다. 일부 일반주주들의 경우 KCGI의 '반대 의사 피력 및 표대결 요구'에 대해서 '시간 끌기'라며 항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이러한 일반주주들의 KCGI에 대한 비판은 표결 결과가 말해준다.
㈜한진 주총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해 KCGI의 손을 들어준 비율은 최대 16.61%였다. '반대표'를 모두 KCGI의 의견에 동조했다고 가정한 결과다. 다만 '사외이사 선임의 건'의 경우 3% 이상 주주의 의결권 제한 등에 따라 정확한 여론으로 볼 수 없다. '3% 제한'이 없었던 1,2,5,6호 의안의 경우 KCGI가 얻은 우호지분은 최대 12.13%였다. KCGI의 ㈜한진 보유지분 10.17%를 제외하면, KCGI가 확보한 우군은 1.96%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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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주총 결과는 ㈜한진 주총과 대체적인 양상은 비슷했다. 한진칼 주총에서도 KCGI는 완패했다. 다만 주주들의 관심 및 참여가 더 높고,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내이사 재선임 등의 이슈가 많았던 만큼 적극적인 표대결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KCGI에 동조해 '반대표'를 던진 주주들의 비율도 더 높아졌다.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을 제외하고, 한진칼 이사회 원안에 반대한 최대 비율은 41.3%였다. 다만 이 안건은 3-3호 '사외이사 건임의 건'으로 '3% 의결권 제한'으로 정확한 주주 의결권 파악에는 한계가 있다. '3% 제한'이 없는 의안의 경우 KCGI에 동조한 의결권은 최대 34.54%였다. 석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두고 반대한 주주들이 많았다. 이외 일반적인 의안에 대해서는 대략 20% 내외의 반대표가 나왔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2대 주주이면서 감시와 견제 기능을 제대로 못한 것이 아쉽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주주로서 성실하게 권리와 의무를 다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계획 등은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호지분 충분하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에 말씀 드리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는 '오늘 주주총회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나'는 기자의 질문에 "뭐 별다른 평가를 내릴 것은 없다"며 "지켜보신 그대로 평가해 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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