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부실여신 관리 점검]참담한 성적표 받은 866개 조합, 욕심이 화 불렀다①금감원 통계 집계 이후 첫 적자, 작년 NPL 2조7421억 증가…중앙회, 부실자산 정리 '총력'
유정화 기자공개 2025-04-11 13:02:23
[편집자주]
‘풀뿌리 금융’으로 불리는 신용협동조합의 지난해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규모는 7조5653억원에 달했다. 경기가 좋을 때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고수익·고위험 전략을 추구한 결과다. 특히 부동산 호황기 확대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신협중앙회는 KCU NPL 대부를 세워 올해 1조2000억원 상당의 부실채권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신협 조합이 처한 경영 상황과 여신 관리 체계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9일 07시01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협동조합 전국 866개 조합이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전체 조합의 합산 당기순손실은 3419억원에 이른다. 2008년 금융감독원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첫 적자다. 전체 조합 중 270개 조합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을 정도다.신협의 다수 단위 조합은 2020년대 초 경쟁적으로 고금리 특판 수신을 확대했고, 이에 맞춘 운용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고수익·고위험 상품인 부동산 대출 취급을 늘렸다. 수익 개선을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며 화를 불렀다. 신협중앙회는 올해 부실자산 정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270개 조합서 적자, 부동산 침체에 NPL 급증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신협 단위조합 866곳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419억원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금감원 통계 집계 이래 첫 적자다. 2023년만 해도 211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부실채권 증가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적자 조합은 270곳에 달한다. 전체 조합의 31.2%에 해당하는 숫자다. 개별 조합별로 보면 부산치과의사 신협이 355억원 손실로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고, 이어 부산성의(214억원), 구즉(189억원), 서울으뜸(188억원), 강서(183억원) 등 손실을 기록했다.
적자의 중추적 원인은 고정이하여신이다. 신협 조합의 부실채권은 2022년 2조7782억원에서 2023년 4조8232억원, 지난해엔 7조5653억원으로 불어났다. 충당금 규모도 급증했다. 지난해 신협 조합의 대손충당금 실적립액은 3조2726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866개 신협 조합이 벌어들인 영업수익의 44.4%에 해당하는 수치다.
신협은 은행과 달리 지역이나 직업, 종교 등의 유대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적 조직이라는 특징이 있다. 조합원들의 필요에 의해 설립됐기 때문에 조합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동을 통해 운영된다. 이런 태생적인 특성상 신협중앙회의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신협중앙회는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유의사항 조치를 받았는데, 대부분이 단위 조합의 관리와 관련이 있다. 부동산업·건설업 편중 리스크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조합원의 자금 융통을 목적으로 설립된 만큼 기업대출 위험성을 따질 만한 전문 인력이 충분치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금감원은 신협중앙회에 '부동산·건설업 대출 한도' 규정을 지키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업·건설업 대출한도를 초과한 조합에 대해 여신업무관련전산 통제 등을 실시하고 부실화된 채권을 매각하게 하는 등 구체적인 한도초과 해소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부동산 호황기 기업대출 확대 '부메랑'
신협중앙회에 따르면 전체 신협 조합의 가계대출, 기업대출의 비중은 5대 5 수준이다. 많은 신협의 단위 조합은 2020년~2021년 경쟁적으로 예·적금 특판을 통해 수신을 확보했다. 당시 은행도 공격적으로 가계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한 번에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고 높은 수익률로 회수할 수 있는 기업대출에 관심을 쏟았다.

자산도 급증했다. 신협 조합의 총자산을 보면 2020년 110조9252억원에서 2021년 124조4084억원, 2022년 143조3627억원, 2023년 149조6863억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총자산은 152조8448억원에 이른다. 2021년과 2022년 고수익 여신을 취급하면서 신협 조합은 5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론 부동산 대출이 화를 불렀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시작되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건전성도 크게 뒷걸음 쳤다. 지난해 신협 조합의 연체율과 NPL비율은 6.02%, 7.08%로 전년 대비 각각 2.39%p, 2.62%p 악화했다.
올해 신협중앙회는 지역 조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부실자산 정리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NPL 펀드와 100% 자회사 KCU NPL 대부를 통해 1조5000억원 상당의 조합 부실채권을 감축할 계획을 세웠다. KCU 대부는 이중 1조2000억원을 담당하게 됐다.
지난해 7월 신협중앙회는 연체율 관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연말까지 총 1조원 규모의 NPL 정리 계획을 발표했으나, 목표치에는 모자란 6000억원 수준의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지난해 5월 설립한 KCU 대부는 유일하게 목표치(3500억원)에 근접한 3300억원 규모 부실채권을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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