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리포트]영업 철수 닛산, 한국법인 명맥 유지할까AS 등 책임있는 자세 요구 제기, 일감 외주화 변수
김경태 기자공개 2020-06-02 08:17:50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1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 닛산이 올해 말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뜻을 밝히면서 국내에 설립한 법인 청산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영업이 종료되더라도 향후 8년간 AS를 제공하기로 결정하면서 차량을 소유한 오너에 대한 책임 있는 서비스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의 딜러사 등에게 일감을 맡길 수 있어 법인을 완전히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닛산보다 앞서 한국에서 철수한 스바루의 경우 유명무실하기는 하지만, 국내 법인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또 현대차의 경우도 일본에서 승용차 부문은 철수했지만 AS와 버스 판매 등을 위해 법인을 존속시키고 있다.
◇AS 외주화 가능성, 차량 구입 오너 반발…다른 일본차 브랜드에 악영향
닛산은 지난달 28일 올해 12월 부로 한국 시장에서 닛산 및 인피니트 브랜드를 철수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사업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업 종료 결정과 더불어 법인 정리에도 속도를 낼지 관심이다. 닛산은 2004년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닛산의 네덜란드법인인 'Nissan International Holding B.V.'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한국닛산의 대표이사는 허성중 사장이다. 사내이사는 태국인 수카왓수파트라, 김교혁 이사 2명이다. 감사는 일본인 오노 야스오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영업 활동은 올해 12월말에 끝나지만 그 시점에 바로 법인을 정리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허성중 한국닛산 사장 등의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닛산은 영업은 올해 12월 말부로 종료하지만, 닛산과 인피니티 고객들을 위한 차량의 품질 보증, 부품 관리 등은 향후 8년간 AS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닛산이 AS를 제공하는 기간에는 한국법인을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닛산 관계자에 따르면 AS는 기존 딜러사를 비롯한 외부에 일감을 맡길 가능성이 있는 상태다. 이 경우에는 닛산이 외주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비용을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한국에 굳이 법인을 둘 필요성이 적어진다.
다만 닛산이 순조로운 퇴각을 위해서는 기존 고객을 위한 AS에서도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 철수 결정 전 차량을 구입한 오너들은 법정 공방을 벌일 태세가 감지되고 있다. 외부에만 일을 맡길 경우 반발이 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매끄럽지 못한 철수는 이미 국내에서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입은 도요타, 혼다 등 다른 일본차 브랜드의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도 있다.
◇스바루코리아, 법인 유지…유명무실 수준
2010년대에도 국내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일본차가 있다. 스바루는 2010년5월 부산모터쇼에서 한국 시장 진입을 공식 선언한 뒤 2012년 12월말 영업을 종료했다. 당시 스바루코리아는 수입차 판매 경쟁으로 적자가 확대하면서 철수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스바루는 한국에서 퇴각하게 됐지만, 법인은 남아 있다. 애초 스바루코리아는 스바루와 한국의 고려상사가 합작 형태로 만들었다. 그 후 철수 시기에는 홍호정 고려상사(고려특수선재)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했다.
그 후 후계에 지분이 넘어갔다. 스바루코리아는 2011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뒤 작년 4월 7년만에 감사보고서를 공시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홍 회장의 차남인 홍완표 대표가 지분 40%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스바루코리아는 명맥을 유지할 뿐 유명무실한 수준으로 남아 있다. 별도 기준 2018년 매출은 3억428만원이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억6138만원, 20억9928만원이다. 현재 대표이사는 고려상사와 지산포레스트리조트 출신인 이호재 대표다.
사업목적에 자동차 판매업 등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2017년1월 부동산개발업 등을 추가하며 다른 사업에 발을 들여놨다. 코스마포피에프브이(PFV)를 종속사로 거느리고 연결 회계를 작성했다.
다만 닛산의 경우 스바루와 상황이 다르다. 스바루코리아는 국내 기업과 합작해 출발했고 이후에는 한국 기업인이 지분을 보유했다. 법인 청산에 관한 이해관계에 대한 합의 등이 필요했던 반면 한국닛산은 닛산 계열사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일본 본사의 결정에 따라 청산을 빠르게 진행할 수도 있다.
◇현대차, 일본 내 법인 2곳 보유
국내 완성차업체가 일본에 진출한 뒤 철수를 결정하고도 법인을 유지하는 사례도 있다. 현대차는 2000년 일본에 현지 판매법인인 현대모터재팬(HMJ·Hyundai Motor Japan Co., Ltd.)을 설립해 쏘나타, 그랜저, 아반떼 등 주력 모델을 투입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일본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2009년 전격적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그 후에도 현대차는 판매한 차량의 AS 문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버스 판매를 위해 일본 법인을 존속시켰다.
현대차는 일본에 연구개발 법인을 두고 있기도 하다. 1995년10월 설립한 HMJ R&D(Hyundai Motor Japan R&D Center Inc.)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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