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특례 점검]거래소, 제도 '원점서 재검토', 대대적 점검 예고③제도 취지·효과 등 고민…고난도 심사 '불가피'
권순철 기자공개 2025-03-10 08:08:47
[편집자주]
테슬라 신화를 향한 기대가 일장춘몽의 위기에 놓였다. 적자였음에도 나스닥에 입성한 테슬라는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해도 유니콘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태동했다. 2016년 국내에도 이익 미실현 특례상장 제도가 도입됐지만 유니콘은 고사하고 흑자 전환도 요원하자 거래소는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더벨은 테슬라 상장을 향한 거래소의 달라진 입장과 그 파급 효과를 심도 있게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6일 14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거래소가 이익 미실현 특례 상장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한다. 지금까지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기업 다수가 성장이 꺾였거나 적자를 면치 못했다. 도입 당시 제도가 내걸었던 기치와 정반대의 양상이 펼쳐지면서 심사 당국도 점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매출액 허들을 높이려는 시도도 관측됐지만 테슬라 요건의 취지와 의미에 입각해 정성 평가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후문이다. 특히 제도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재정비하려는 태세에 돌입하면서 거래소도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테슬라 심사 허들 상향 예고…질적 요건 '강화'
2024년 하반기, 거래소가 돌이켜 본 테슬라 요건의 성과는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2016년 첫 모습을 드러낸 이후 지난해까지 17곳의 기업이 증시에 입성했지만 절반 이상이 적자인데다가 상장 당시 밝힌 향후 추정 실적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성장 잠재력이 충만하다고 판단해서 상장을 승인한 것인데 정작 그런 기업은 많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와 비교해 엄격한 심사 잣대를 들이대는 게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당국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던 IB 업계에서는 매출액 허들의 상향을 유력하게 점쳤다. 본래 경영성과가 낮아도 증시에 입성토록 했는데 상장 후에도 성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심사 첫단에서부터 수익 모델을 면밀히 평가하는 게 합리적인 수순으로 보여졌다.
거래소도 매출액 기준 상향을 고려했다고 전해진다. 코스닥 상장 규정 제28조는 이익 미실현 기업이 충족해야 할 형식적 요건으로 △기준시가총액 500억원 & 매출액 30억원 & 최근 2사업연도 평균 매출액증가율 100분의 20 △기준시가총액 300억원 & 매출액이 100억원(벤처 50억원) △기준시가총액 500억원 & PBR 2배 △기준시가총액 1000억원 △자기자본 250억원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양적인 기준을 강화하기 보다는 질적 요건을 상세히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매출액 허들을 높이려는 논의도 일부 있었는데 이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테슬라 요건의 목적성에 맞는 기업들이 증시에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이익 미실현 기업에 대한 질적 요건 심사는 사업 모델이 독창적이며 시장 경쟁력 등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형식적 요건과 달리 숫자로 좌우되는 단계는 아니라 심사 당국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이 가장 큰 단계로 꼽힌다.

◇'테슬라' 의미·취지 재검토…제도적 불확실성 '대두'
그러나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매출액 규모에 대한 허들도 사실상 높아졌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과거 매출액의 추이로부터 대략적인 성장률을 가늠할텐데 매출액 규모가 절대적으로 낮아 성장률이 높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도 "매출액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출액과 관련된 형식적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공표하면 거래소 입장에선 편리할 수 있겠지만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며 "산업별, 회사별 성장을 위한 최소한의 양적 조건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허들을 높이기 보단 질적 심사 단계에서 매출액도 함께 감안하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와 같은 스탠스는 기술특례·성장성 특례 등 전반적인 트랙에서 관측돼 테슬라 요건에서만 보여지는 특징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예비심사에서 낙마한 메를로랩, 앰틱스바이오 등의 기술특례업체들은 질적 심사 과정에서 매출액 규모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테슬라 요건의 의미와 본래 취지 자체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다른 상장 트랙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앞선 증권사 임원은 "거래소에서도 테슬라 요건의 취지에 부합한 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도록 기준과 관점들을 재정립하려는 것 같다"며 "후속 주자들로선 심사 전 거래소와의 사전 협의에 만전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아직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진 건 아니라 제도적 불확실성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거래소 심사 관계자는 테슬라 요건 개선 방안에 대해 "현재 단계에서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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