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은 지금]원종석 회장 '승계 지렛대' 우선주, 보통주로 탈바꿈하나③지배력 없고 배당 매력도 점차 떨어져…최근 주총서 전환 가능토록 정관 변경
최윤신 기자공개 2023-07-18 13:08:26
[편집자주]
신영증권은 반세기 넘는 시간동안 단 한차례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원국희 명예회장으로부터 원종석 회장으로 이어져온 보수적 경영기조가 만들어낸 주목할 성과다. 그러나 빠르게 바뀌는 증권업황은 이런 기조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여기에 신영증권이 맞닥뜨린 거버넌스 이슈를 감안하면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변화의 기로에 놓인 신영증권의 상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3일 16: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영증권의 우선주는 오너 2세인 원종석 회장이 지배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원 회장은 우선주를 사들여 높은 배당금을 받고 이를 이용해 보통주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보유 지분을 늘려왔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우선주는 ‘계륵’으로 여겨진다.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지분을 늘려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서다.이런 상황에서 원 회장이 보유한 우선주가 지배력 강화에 어떻게 활용될지 이목이 모인다. 최근 신영증권이 주주총회를 통해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게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은 수십년간 우선주 자사주를 시장에서 매입해오며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더라도 원 회장과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 원종석 회장, 고배당 우선주로 지분 동력 확보
신영증권은 1988년 최초로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발행한 바 있다. 최대주주의 지배력 희석 없이 자본금을 수혈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1990년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우선주 신주를 발행해 현재의 발행주식수에 이르렀다. 현재 기준 주당 발행가격은 1만6233원이다.
2세 경영인인 원종석 회장은 우선주를 지분 확보의 지렛대로 활용했다. 지난 주식 취득 과정을 살펴보면 지분을 갖기 시작한 초기에 우선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배당수익을 극대화하고 이런 배당수익을 가지고 보통주와 우선주를 사들이는 구조를 택했다.
원 회장은 2008년 무렵까지 우선주와 보통주를 비슷한 비중으로 사들였다. 우선주에는 의결권이 없지만 통상적으로 주당가격이 보통주보다 저렴했고, 배당금도 많았기 때문에 배당 수익 확대를 위해 우선주를 적극 매입한 것으로 여겨진다. 신영증권 우선주는 정관상 보통주보다 액면금액 기준 연 1%를 더 배당한다. 주당 50원의 배당이 더 지급된다.
원 회장이 보유한 우선주의 비율은 1999년 3월 말 0.1%에 불과했지만 5년 뒤인 2003년 3월 말에는 2%를 넘어섰다. 이 때부터 원국희 명예회장보다 많은 우선주를 보유하게 됐다. 원 회장의 우선주 지분율은 2013년 3월 말 3%를 넘었고, 2018년 3월말에는 4%를 바라보는 수준까지 늘었다.
다만 추이를 살펴보면 시간이 갈수록 우선주 매입을 줄이고, 보통주 매입을 늘려갔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우선주 매입을 멈춘 상태다. 2020년 3월 말 이후론 우선주 지분을 더 이상 취득하지 않고 보통주 매입에 전념하고 있다. 배당 수익보다 의결권 지분을 늘리는 게 급선무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선 우선주의 메리트가 줄어든 것과 연관지어 보기도 한다. 지난 수십년간 신영증권의 주당 배당금은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우선주의 배당 메리트는 주당 50원으로 고정됐기 때문에 과거와 비교해 우선주의 배당메리트는 줄어든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영증권이 20년 전 보통주에 주당 500원을 배당할 때만 하더라도 550원을 배당 받는 우선주는 10%의 배당을 더 받는 셈이었기 때문에 메리트가 충분했다”며 “보통주에 4000원, 우선주에 4050원을 배당하는 현재로선 우선주를 보유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봤다.
◇ '고조되는' 우선주 상장폐지 가능성
이런 가운데 최근 신영증권이 정관 변경을 통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둬 이목을 모은다. 신영증권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 기발행된 주식에 대해 주주의 청구에 따라 보통주식으로 전환할 권리를 부여하거나, 전환의 청구기간이 만료됨과 동시에 보통주식으로 전환되도록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새롭게 추가했다. 업계에선 이를 원 회장이 보유한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꾸기 위한 수순이라고 바라본다.
신영증권은 그간 꾸준히 우선주 자사주를 매입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영증권은 1994년부터 우선주 자기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보통주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인 결과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 발행한 우선주의 74.6%인 526만2283주를 보유하고 있다. 발행한 우선주의 4분의 1가량만이 현재 유통되는 셈이다.
회사의 지속적인 자기주식 매입으로 인해 신영증권 우선주는 언제 상장이 폐지되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23일 한국거래소는 신영증권 우선주의 올해 상반기 월 평균 거래량이 1만주 미만으로 집계돼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 정관 변경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은 것일 뿐이다. 우선주가 어떤 조건으로 보통주로 전환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전환의 조건과 전환 청구기간 등은 주주총회에서 정하기로 했다.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사항이기 때문에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한 진행은 어렵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현 시점이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을 시도할 적기라고 바라본다. 현재 지분율을 고려할 때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으로 인한 최대주주의 지배력 변화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상황에서 우선주가 동수의 보통주로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원종석 회장의 지배력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3월 말 기준 원종석 회장의 보통주와 우선주 실질지분율은 각각 16.2%, 16.7%다. 원 회장 뿐 아니라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최대주주 측의 지배력은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보통주와 우선주 실질지분율은 3월 말 기준 각각 43.5%, 43.8%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최윤신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달바글로벌은 지금]RCPS에 급감한 순이익…'1조 밸류' 정당화할 방법은
- [달바글로벌은 지금]유가증권시장 향하는 뷰티기업, 에이피알 '판박이' 전략
- [LP Radar]행정공제회, VC출자 '2배수' 숏리스트 추려
- 에코프로파트너스, 공정위 ‘경고’…펀드레이징 영향은
- [VC 투자기업]네이션에이, CES 혁신상 연속 2관왕…'메타버스' 석권
- [VC 경영분석]에이티넘인베, 메가펀드 소진 속도…'바이오' 주목
- 스코펀, 수시출자도 민간LP 관계사 '유력'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한·일 벤처업계, 알아가는 단계"
- 산업은행 '넥스트라운드 도쿄', 국내 VC 리더 '총 집결'
- [2024 이사회 평가]'코스피' 노리는 에코프로비엠, 대규모 이사회 '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