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충전 스타트업 줌인]영업용 전기차 배터리 교체, 피트인이 '공유'로 해결한다①배터리 소유권 나눠 구독해 사용…내년부터 실증특례 시작
이성우 기자공개 2024-12-09 09:09:44
[편집자주]
국내에 전기차가 급격히 보급되던 2010년대 후반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들은 저마다의 기술력으로 전기차 충전기 제조, 운영, 플랫폼 각 영역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전기차 캐즘에 화재 우려까지 더해졌다. 그럼에도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충전 밸류체인 스타트업의 성장 가치는 빛을 발하고 있다. 더벨은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들의 현황과 경영 전략, 향후 비전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4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 피트인이 영업용 전기차 배터리 문제 해결에 나섰다. 배터리 공유 서비스로 전기차 구매 부담을 줄이고, 배터리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피트인은 공유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충전 시간을 줄인다. 배터리가 고장나도 정상 배터리로 교환하기 때문에 영업시간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 피트인은 안양시에 피트인스테이션을 구축해 전기 택시 배터리 교체형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실증특례 사업을 진행한다.
◇국내 유일 전기차 배터리 공유 스타트업
지난해 7월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벤처 프로그램 제로원 컴퍼니 빌더를 통해 스핀오프(분사 독립)한 피트인은 국내 유일 영업용 전기차 배터리 공유 스타트업이다. 현대차에서 15년 이상 일한 김세권 피트인 대표가 설립했다. 그는 영업용 전기차 구매 가격 부담, 고장 및 수리 문제, 배터리 수명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창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5월 피트인은 안양시에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 피트인스테이션을 구축했다. 회사가 안양을 선택한 이유는 전기 택시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양·군포·과천·의양 등은 하나의 택시 권역이고, 피트인스테이션 근처엔 법인택시 회사들이 모여있다.
지난해 6월엔 전기택시 배터리 교체형 공유 서비스와 영업용 전기차 멤버십 충전 서비스를 출시했다. 피트인의 핵심 제품은 전기택시 배터리 교체형 공유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공유하는 배터리를 스테이션에서 100% 충전해 놓고, 배터리 교환이 필요한 영업용 전기차가 들어오면 10분에서 15분 이내에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해 준다. 이를 통해 충전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배터리 교환은 로봇이 돕는다. '배터리 교체용 이송로봇'은 충전된 배터리를 가져온다. '지능형 리프트'는 등록된 차량 종류를 확인해 차폭과 높이에 맞춰 세팅을 하고 들어 올린다. 작업자 2명이 볼트를 풀고 조이는 역할만 하면 10분만에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
'배터리 데이터 관리 충전기'와 '통합 제어 시스템'을 통해 배터리 건강 정보도 확인한다. 배터리 스왑 매니지먼트 시스템(BSMS)으로 배터리 충전 시간, 횟수, 온도 편차, 전력 사용량 등 충전 이력을 관리한다. 배터리를 공유해서 사용하는 만큼,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배터리 보험과 공유로 비용 '뚝'
배터리 고장 및 수리에 대한 부담도 줄였다. 피트인은 지난해 5월 영업용 배터리 케어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영업용 배터리 자차보험으로 배터리 파손, 화재, 침수 시 배터리 가액을 보장해 주는 임베디드 보험 상품이다.
사고가 나서 배터리가 파손되면 1500만원이라는 큰 비용이 든다. 고장난 셀을 수리하는 데도 모듈을 갈아야하기 때문에 30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또 배터리는 수리기간도 길다. 피트인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배터리가 고장나도 배터리를 교환하기 떄문에 운행에도 문제가 없다.
현재 피트인은 전기택시에 배터리를 하나 빌려주는 형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안양권 법인택시 12대와 계약했다. 내년부터 배터리 공유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고가의 소모품인 배터리를 공유해 사용함으로써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피트인의 설명이다.
내년 3월부터 피트인은 컨소시엄을 구축해 국토교통부가 승인한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실증특례 사업을 진행한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는 자동차의 부품으로 따로 소유권을 분리할 수 없지만, 피트인은 특례를 통해 한시적으로 할 수 있다. 특례 기간은 2년으로, 2년을 추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택시 회사가 전기차를 사게 되면 배터리 운용 리스사가 1500만원 정도를 주고 배터리를 인수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택시 회사가 차제를 중고로 팔 때도 인수해 준다. 이를 통해 구매자는 전기차를 1500만원대에서 17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구매 아니라 구독
피트인의 비즈니스 모델(BM)은 구독이다. 영업용 전기차 구매자가 배터리 가격을 뺀 차량 가격만 내고 차량을 산 뒤 매월 혹은 매년 구독료 형태로 배터리 사용료를 지불하는 시스템이다. 배터리 교체형 구독 서비스를 BM으로 하는 기업은 국내엔 피트인뿐이다.
피트인은 구독료를 LPG 충전 비용보다 낮게 책정할 계획이다. LPG 택시보다 이점이 있어야 법인택시 회사들이 피트인의 서비스를 쓸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피트인에 따르면 2교대 기준 법인택시의 한달 평균 LPG 충전 비용은 약 150만원에서 180만원 사이다.
지난 2022년 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국내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4억8000만달러(약 67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할 수 없어 국내엔 전기차 배터리 공유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지만, 국토부의 피트인 실증특례 승인 사례와 같은 규제 완화가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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