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형 태양광 인수' 스틱·에이치에너지, LP 모집 포인트는 시장 개화기 맞아 수익성 입증 성공, 안정성·시장 확장성 '주목'
김예린 기자공개 2025-04-11 08:07:55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0일 15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붕형 태양광 발전소 인수에 나선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관투자자(LP) 펀딩에 나선 가운데, 투자 하이라이트에 이목이 집중된다. 기존 나대지 태양광 투자에 대한 LP들의 투심은 식은 반면 지붕형 태양광 투자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LP들이 주목하는 포인트는 지붕형 태양광 시장이 개화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수익률도 높은 데다 환경 파괴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정적 투자처란 판단에 출자를 검토 중인 모양새다. 이번 딜은 발전소 개발 비용을 제도권 금융기관들로부터 조달하는 첫 시도란 점에서 지붕형 태양광 시장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틱은 협동조합 모햇이 보유한 국내 지붕형 태양광 발전소 1000곳 가운데 250곳에 대해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 투입금은 500억원이다. 스틱의 포트폴리오 기업이자 모햇이 보유한 발전소를 위탁운영하는 에이치에너지도 자체 현금으로 10억원을 지원한다.
스틱이 책임지기로 한 500억원 중 400억원을 LP들로부터 론 형태로 조달한다는 점은 눈여겨볼 지점이다. 국내 지붕형 태양광 발전소 투자금을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끌어오는 최초 시도란 점에서다. 국내 증권사 한 곳이 주선을 맡아 카드사와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을 대상으로 대주단 모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나머지 100억원은 스틱이 기존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해 에퀴티 투자 형태로 자금을 댄다.
에이치에너지는 기존 협동조합 플랫폼 모햇을 통해 개인과 지자체 등 조합원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발전소를 건설·운영했다. 자체 보유 현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사들보다 빠르게 자금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에이치에너지는 지붕형 태양광 투자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했다.
그럼에도 협동조합이 아닌 LP들로부터 론 형태로 펀딩하는 이유는 사업 안정성과 확장성,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발전소 투자금을 개인과 지자체로부터 모집하는 방식은 경쟁사보다는 투자금을 많이 끌어와도 대규모 자금을 단번에 확보하긴 어렵다.
유인책으로 조합원들에게 9% 이상의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점도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이 한계를 극복하고자 출자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셈이다. 이번 펀딩 과정에서 금융기관 대주단에 제시하는 이자율은 7%가량이어서 딜 성사 시 금융비용이 줄어든다.
태양광 시장에서 LP 자금 유입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나대지 태양광 발전소 투자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례가 많았다. 올 2월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는 보유 중인 46메가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 자산을 통해 760억원 규모 PF를 완료했다. BEP는 지난해에도 KDB산업은행, 우리은행과 총 1019억원 규모의 태양광 발전 자산에 대한 선순위 대출 조달을 완료했다.
반면 지붕형 태양광 시장은 나대지 태양광보다 개발 속도가 빠르지만 시장이 이제 개화하기 시작한 탓에 PF 형태 조달이 어려웠다. 스틱은 에이치에너지를 통해 자산 및 수익의 안정성을 증명함으로써 기관 자금 유입의 물꼬를 트겠다는 계획이다. 대기업들은 물론 에이치에너지와 같은 중소형 플레이어들도 뛰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개화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아래 LP들도 출자를 검토하는 모양새다.
LP들이 주목하는 또다른 포인트는 수익률과 사회적 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나대지 태양광 개발업체들이 금융기관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며 투자 규모를 빠르게 키웠으나,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고 무분별한 난개발로 지역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으면서 태양광 시장에 대한 LP들의 관심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지붕형 태양광은 유휴부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자연훼손이 없다. 나대지 태양광보다 수익성도 높아 LP들 입장에서도 투자 메리트가 있다는 평가다. 태양광 발전소는 주로 전력 판매와 REC(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판매로 수익을 낸다. REC의 경우 지붕형 태양광에는 가중치를 1~1.5배 적용한다. 임야 0.5배, 일반부지 0.8~1.2배보다 높아 투자 비용 대비 수익률이 높다.
운영·관리 측면에서도 지붕형 태양광이 더 유리하다. 다수의 소규모 지붕형 발전소는 운영이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있는데, 에이치에너지는 운영·관리에 강점을 보유했다. 균일한 사이즈의 발전소를 소프트웨어로 원격 관리하는 기술을 확보한 덕분이다.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를 적용한 '솔라온케어' 시스템을 개발·구축해 효율적으로 운영·유지·보수를 전담한다. 지난달 기준 120MW 이상의 지붕 발전 자산을 운영·관리 중이다.
에이치에너지는 자체 경쟁력과 지붕형 태양광 사업의 강점을 기반으로 수익 안정성을 입증해왔다. 매출액은 2021년 115억원에서 2022년 224억원, 2023년 754억원으로 급증했다.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2021년 4억원, 2022년 7억원, 2023년 64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액과 EBITDA는 각각 1023억원, 156억원으로 매년 신기록을 달성했다.
실적을 입증한 만큼 금융 조달 방식을 기존 협동조합 형태에서 금융기관 대상 펀딩으로 전환해 대규모 실탄 장전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스틱과 에이치에너지는 이를 계기로 향후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LP들로부터 확보해 발전소 개발에 나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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