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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외평채]"조달전략 업그레이드 필요하다"③외평채, 벤치마크 의문 '지속'…트랜치·투자처 다변화 전략 필요성 '대두'

윤진현 기자공개 2024-12-17 08:00:36

[편집자주]

기획재정부의 호주달러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은 이래저래 미스터리다. 호주에서 찍는 외평채도 처음이고 해가 바뀌기 직전 투자자를 찾는 경우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발행 규모도 3억달러로 외환보유고 측면에서 실익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연내 외평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미션이 주어지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벨이 과거 외평채 발행 사례를 통해 본 이번 발행 배경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1일 10: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를 발행한 지 약 26년이 흘렀다. 하지만 노하우를 쌓았다는 평보다는 관성에 젖은 발행, 혹은 민간기업에 기대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이다. 올해 정부가 택한 선진국형(SSA) 스타일의 외평채와 호주달러표시 외평채 역시 모두 새로운 시도라기보다 민간기업이 개척한 시장에 숟가락을 얹었단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외평채의 벤치마크 역할을 강조한다. 국책은행이 매년 수십억달러의 한국물을 유통하는 만큼 외평채가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인식이다. 앞선 발행 기조를 답습하는 게 아닌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색다른 시도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평채 2건 조달 마무리...벤치마크 역할 '의문부호'

정부는 지난 10일 4억5000만호주달러 규모로 외평채 납입을 마쳤다. 이번 조달은 호주 자본시장 투자자들과의 관계 형성을 목표로 진행됐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비상 계엄령 사태로 조달 변동성이 커졌음에도 발행을 마쳤단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간 정부가 강조했던 기획재정부의 의미인 '벤치마크' 역할의 측면에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호주 시장이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은 물론 일반 기업도 원활히 발행하는 탓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프라이싱 직전 신한카드가 호주달러 시장에서 이니셜가이던스(IPG)보다 최대 18bp를 절감해 4억달러를 조달하기도 했다.

과거 기획재정부가 활용했던 이종통화 채권들과는 사뭇 다르다. 2015년 위안화표시 외평채와 2023년 엔화표시 외평채 모두 일반 이슈어의 조달이 거의 중단된 상태에서 정부가 물꼬를 텄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최저금리를 달성했음에도 올해 마지막 발행을 외평채로 장식하면서 벤치마크 금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135일룰의 제약을 덜 받는 시장임에도 이슈어들의 조달은 마무리된 상태다.

앞서 지난 6월 SSA 스타일로 발행을 마친 이후 이번 호주달러 표시 외평채도 새로운 시도와는 거리가 멀자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벤치마크 역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점차 커진 이유로도 겨겨진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국물 시장의 업력이 쌓이면서 외평채로 인해 외화 차입 비용이 절감되는 구조가 아닌 상황"이라며 "벤치마크로서 외평채의 역할이 축소되는 건 당연한 수순임에도 색다른 시도가 없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더벨 플러스
◇향후 방향성? 트랜치+투자처 다변화…전략 변화 필요성 대두

그렇다면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방향성을 어떻게 제시하고 있을까. 일부 IB들은 과거 시장을 놀라게 한 의미있는 조달에서 해답을 꺼냈다. 일반 이슈어들이 쉽게 활용하지 못하는 트랜치(tranche)로 조달에 성공하거나,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한 이종통화 외평채 등이 그 예다.

실제로 2014년 정부는 30년물의 글로벌본드(10억달러)와 10년물의 유로화채권(7억5000만유로)를 시도한 바 있다. 소버린채로 초장기물을 성공해낼 수 있음을 입증한 첫 사례로 기록된다. 달러화는 물론 이종통화 채권 역시 장기물을 찍어내면서 시장에 굳건한 대외신인도를 다시금 입증했다. 이후 2018년에도 30년물을 꺼내들었는데, 역시 투자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또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조달이 이어진다 해도 소버린채에 근접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30년물을 택한 사례와 같이 일반 이슈어가 해내기 어려운 사례들을 정부가 축적한다면 벤치마크 역할에 대한 의문도 자연스레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이종통화를 개척하는 시도도 이어져 왔다. 그간 주로 활용된 이종통화는 유로화, 호주달러화, 스위스프랑화, 파운드스털링화, 싱가포르달러화, 그리고 엔화 정도다. 이중 정부는 유로화, 엔화, 위안화, 호주달러화까지 외평채 권역을 넓혔다.

비단 발행 통화를 넓히는 게 아닌 주요 투자자 역시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도 여겨진다. 이에 그간 이슈어들이 활용하지 않던 새로운 조달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단 지적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조달이 전무했던 위안화는 물론 엔화 역시 기재부의 발행을 통해 다시금 물꼬를 튼 경우"라면서 "이는 신규 투자처 확보로도 이어지는 만큼 색다른 시도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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