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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인베, AI 반도체 리딩 포트폴리오 모두 담은 혜안 2019년부터 중점섹터 선정해 전략적 확장…'리벨리온·세미파이브·실리콘박스·엑시나' 완성

최윤신 기자공개 2025-03-06 08:39:42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5일 08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딥시크의 등장 이후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대한 모험자본의 주목도가 높아졌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AI 산업을 선도하던 미국 빅테크의 독점체제에 균열이 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AI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GPU보다 더 높은 성능과 연산력을 제공할 수 있는 맞춤형 AI 반도체 개발이 필수적인 시장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벤처캐피탈(VC)인 SV인베스트먼트의 AI반도체 투자포트폴리오 섹터에 업계의 이목이 모인다. SV인베스트먼트는 일찍이 프라이어리티 섹터로 AI 반도체를 선정하고 테스크포스를 구성해 선도기업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해왔다. 이를 통해 세미파이브(디자인 파운드리) 리벨리온(AI NPU 개발), 엑시나, 실리콘박스로 이어지는 AI 반도체 생태계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하드웨어 분야에서의 AI 생태계 포트폴리오 라인업을 완성한 SV인베스트먼트는 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측면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빅테크 '커스텀 칩 개발' 트렌드 간파해

5일 벤처캐피탈(VC)업계에 따르면 SV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주목도가 더 커진 AI 반도체 섹터에서 각 분야를 리딩하는 포트폴리오 라인업을 갖춰 주목받는다.

중점 투자섹터로 AI반도체를 선정한 SV인베스트먼트는 분야별 선도기업에 전략적으로 큰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왔다. 그 결과 한국의 AI 반도체 선도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포트폴리오도 보유한 AI반도체 분야 리딩 VC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SV인베스트먼트가 중점 투자섹터로 AI 반도체를 설정한 건 지난 2019년경이다. 구글과 IBM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신들이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기 위한 커스텀 칩들을 스스로 만들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단순히 데이터센터 비용 절감을 위해서가 아니라 향후 자신들의 AI에 적용하기 위한 준비였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가 별도의 사업부로 독립하고, 반도체 산업의 고도화로 스타트업이 반도체 설계 영역에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됐다.

SV인베스트먼트는 산업 제반여건의 변화와 빅테크의 움직임을 종합해 AI반도체 분야의 투자기회가 생길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이 분야의 프로페셔널로 구성된 TF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투자 검토에 나섰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원 상무, 강민구 이사, 최일용 수석팀장, 조하림 팀장.

반도체 분야에 오래 투자해 온 이재원 상무와 국내 게임회사에서 인공지능 전략 업무 수행한 경험이 있는 강민구 이사가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 여기에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파운드리 공정개발 연구원으로 근무한 최일용 수석팀장, SK하이닉스에서 글로벌 세일즈 마케팅 업무 경험을 가진 조하림 팀장 등이 합류하며 전문적인 투자 인사이트를 더했다.

세미파이브 로고.
이를 통해 가장 먼저 발굴한 포트폴리오가 디자인하우스 기업인 세미파이브다. 가장 먼저 시스템반도체의 밸류체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회사에 투자하자는 생각을 가졌다. 파운드리가 있기 때문에 파운드리의 이전 단계에서 설계하는 디자인하우스를 주로 검토했다.

2019년 설립 초기부터 투자를 검토해 약 2년간을 신중하게 검토했다. 이후 2021년 시리즈B라운드에서 115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전략적 투자자들이 참여한 딜이어서 라운드의 리딩 투자사 입지는 아니었지만 SV인베스트먼트의 전략대로 의미 있는 지분을 확보했다. 이어 지난 2023년에는 3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세미파이브 투자 딜을 주도한 강민구 이사는 "세미파이브는 처음부터 AI NPU 등의 설계자산을 갖추고 앞으로 이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해온 회사"라며 "플랫폼을 이용해 칩들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사업모델을 갖춘 회사여서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투자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다소 원활해졌다. 가장 최첨단의 프로덕트를 만드는 회사들이 세미파이브의 고객사로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발굴한 게 리벨리온이다. 2020년 설립한 리벨리온의 시리즈A 라운드를 2022년 리딩하며 100억원을 투자했다.

강 이사는 "NPU 개발 팹리스 회사의 경우 고객사의 커스터마이징 역량과 유연한 하드웨어 설계가 가능하다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와 관련한 주제로 박사 논문을 작성한 창업자인 박성현 대표와 오진욱 CTO가 이에 대해 확실한 비전과 답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고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리벨리온이 출시 예정인 AI반도체 ATOM-MAX.

리벨리온은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초 16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를 마무리하며 시리즈A보다 두 배 이상 높은 8800억원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았다. SV인베스트먼트는 시리즈B라운드에서도 약 100억원을 팔로우온 했다. 이후에는 사피온과 합병을 통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에 등극했다.

SV인베스트먼트가 이후 주목한 것은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였다. GPU와 CPU, 메모리 등 서로다른 디바이스 사이에서 캐시 일관성을 보장하고 메모리 공유와 확장을 지원하는 표준을 뜻한다. 모델과 데이터의 크기가 커지면 메모리의 증량이 필요한데, CPU·GPU의 개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CXL을 지원하는 메모리를 증량하는 것 만으로도 메모리 한계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

이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점찍은 건 메티스엑스(현 엑시나)다. 지난해 5월 600억원의 시리즈A 라운드를 리딩하며 160억원의 금액을 투자했다. 강 이사는 "하이닉스에서 SSD(Solid-state drive) 컨트롤러를 만들던 팀"이라며 "설계 개발부터 실제 프로덕트까지 모두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팀에 투자한다는 컨센서스를 기반으로 확신을 가지고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AI시대에 대비한 반도체 생태계 투자의 영역은 더욱 넓어졌다. 하나의 칩에 모든 기능을 담으려다가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런 과정에서 기능을 여러 칩에 나눠담은 뒤 칩을 연결하는 칩렛 패키징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난해 1월 이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 실리콘박스에 투자를 단행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실리콘박스는 지난해 1월 마무리된 시리즈B 라운드에서 총 2억달러(약 2923억원)를 유치했다. SV인베스트먼트는 이 중 600만달러(약 88억원)를 책임지며 한국 VC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강 이사는 "마벨 테크놀로지 초기 공동창업자인 세하트 수타르자 박사를 비롯해 반도체 패키징 분야의 베테랑들이 설립한 회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세일즈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딥시크 등장으로 더 많은 기회 열린다"

딥시크의 등장 이후 SV인베스트먼트 내부에서도 AI반도체 관련 투자에 고무적인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강 이사는 "딥시크가 나오면서 클라우드 하드웨어부터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AI 서비스가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됐고 앞으로 다양한 플레이어들에게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메타가 퓨리오사AI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퓨리오사 AI는 SV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인 리벨리온의 경쟁사라고 볼 수 있지만 한국의 AI반도체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강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이제 AI NPU를 만든다고 했을 때 밖에서는 진짜 되겠냐는 시선이 많았다"며 "그러나 글로벌 지형으로 봤을 때 한국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만한 사업이라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빅테크기업에서도 커스텀 반도체를 개발은 한국과 중국, 대만, 이스라엘에서 온 인력들이 주름잡고 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기업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봐도 우수한 반도체 인력들이 한국에 많이 있다"며 "SV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글로벌 우수인재들을 모아놓고 있다는 점 만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탑클래스인 게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SV인베스트먼트는 AI반도체와 관련해 지속적인 기회를 찾기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특히 하드웨어적인 반도체 기업에 국한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혁신을 일으키는 기업 등에도 투자를 검토할 방침이다.

강 이사는 "하드웨어를 고객사에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대기업들이 AI 인프라를 스스로 구축하려고 할 때 어떤 방식의 도움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이 이어지고 있다" 며 "AI 생태계 구성을 위한 소프트웨어 레벨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SV인베스트먼트는 '백엔드.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래블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서버와 클라우드 환경에서 AI 개발에 필요한 딥러닝 모델과 훈련 프로그램을 분산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독자 기술인 GPU 분할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 제한된 GPU(그래픽처리장치)로도 AI 모델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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