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코리아펀드 '시작과 끝' 김홍석 주식운용본부장2013년부터 책임운용, 역대 최대 성과…"1조 되돌리겠다"
구혜린 기자공개 2025-02-10 10:08:49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5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250여개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중 최고 성과를 올린 건 'KCGI코리아펀드'다. 국내 증시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20% 이상 초과수익을 올리며 1등의 영예를 안았다. 2013년부터 운용돼 온 펀드 역사상 가장 높은 연간 성과다.이 펀드 창시자는 김홍석 KCGI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이다. 일정 기간 들고 남이 있었으나, 코리아펀드는 11년 운용기간 대부분 그의 손을 탔다. 펀드매니저 생활을 마치는 그날까지 코리아펀드 총괄을 맡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지난해 성과는 '액티브 펀드매니저로 승부를 보라'는 KCGI운용의 주문 하에 단기간 압축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결과다. 경기민감주는 사이클과 반대로 투자해야 한다는 그만의 논리 역시 적절히 적용돼 고수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5/02/04/20250204173331756_n.png)
◇성장 스토리: 애널리스트 5년, 펀드매니저 20년
김홍석 본부장(사진)의 이력에서 존리(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2000년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에서 4대 구조조정기구 중 하나인 한강구조조정기금 용역 업무를 담당하던 김 본부장은 파트너인 스커더인베스트먼트에 소속돼 있던 존리 전 대표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는다. 한강구조조정펀드 운용으로 한국기업 분석 수요가 늘어나고 있던 차에 '기업 펀더멘털을 정직하게 분석하는 태도'가 그의 눈길을 끌었다는 후문이다.
투자업계에 발을 들인 후 첫 느낌은 '두려움'이었다. 애널리스트로 '사라', '말아라' 코멘트를 해야하는 입장에서 느끼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당시 김 본부장이 맡았던 주 업무는 한강구조정기금 대상 기업 분석이었기 때문에 엑시트 의사결정이 많았다. 김 본부장은 "한강구조조정기금은 결과적으로 엑시트를 잘해서 성과보수를 받았다"라며 "경력 초반은 문제를 최소화하며 극복하게끔 하는 것이 주였고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펀드매니저가 된 것은 5년여간 애널리스트 경력을 쌓은 이후의 일이다. 스커더인베스트먼트가 도이치뱅크에 인수되며 주도권이 없었던 피인수기업(도이치투신운용)의 인력들이 하나 둘씩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김홍석 본부장이 포함된 팀 역시 2005년 한국 진출을 도모하던 라자드의 눈에 들면서 새로운 미션을 받게 된다.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 창립멤버가 된 김 본부장의 새 직책은 애널리스트가 아닌 기관펀드 운용 전담 펀드매니저였다.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 창립멤버들은 메리츠로부터 '러브콜'을 받는다. 2008년 설립된 메리츠자산운용은 약 5년이 지나도록 채권 운용 외에 이렇다 할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당시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은 한화생명 자금을 받아 운용하던 변액보험을 2년여 만에 100억원에서 4000억원까지 불리면서 업계에서 그 성과가 회자됐다. 김 본부장은 2013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로 취임해 1년간 운용팀 정비 및 펀드 출시 등을 담당했다.
김홍석 본부장은 전신 메리츠자산운용과 현 KCGI자산운용 사이의 정체성을 잇는 '키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2021년 7년간 몸담은 메리츠를 떠난 그는 약 2년 만에 컴백해 CIO(최고투자책임자)를 역임했으며 KCGI자산운용 창립 후에는 주식운용본부장으로 국내주식형 펀드 운용을 총괄하고 있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간판펀드'는 대부분 그가 2010년대 만든 상품이다. 그는 "KCGI자산운용에서 새 미션을 받고 운용에 열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경기사이클과 거꾸로 '역발상 투자'
김홍석 본부장은 기본적으로는 성장주 매니저다. 그는 "투자 철학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GARP(Growth At a Reasonable Price)', 적정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성장주 매매"라며 "기업의 근원적 경쟁력이 높은 기업, 장기적 성장률이 높은 기업이 가치주보다 더 좋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기업들은 밸류프리미엄을 받아 비싸지만, 그 이상의 밸류를 낼 수 있다면 담아야 한다"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양식품 지금도 비싸지 않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가치주를 매수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KCGI코리아펀드는 성장주와 가치주를 7대 3 비중으로 투자하는 바벨 전략(Barbell Strategy)이 적용됐다. 김 본부장은 "포트폴리오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하니까 당연히 내가 싫어하는 종목도 담는다"라며 "지금 이 국면에서 가치주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장주와 가치주 최적의 분산 배율을 가져가면서 시장 성장기, 하락기별 성과를 내려고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기 사이클을 타는 기업은 '거꾸로' 투자해야 한다는 신념도 강하다. 통상 투자자가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때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요 피크' 때다. 김 본부장은 반대로 '공급 피크'일 때 매수결정을 내린다. 이 때는 실적 선반영 효과가 다 꺼지고 가격 및 이익률이 하락하면서 주가가 떨어질 때다. 저점에서 투자를 늘리고 수요가 다시 확대되는 사이클을 기다려 회수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기업 수요가 꺾였을 때 역발상으로 투자한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주와 성장주, 경기민감주와 경기방어주를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는 국면 판단이다. 현재는 경기민감주와 경기방어주가 7대 3으로 배분돼 있다. 김 본부장은 "나름대로 중요한 특징들이 있기에 모든 기업을 똑같은 잣대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매니저가 가지고 있는 산업 국면에 대한 판단이 가장 중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액티브 펀드매니징은) 맞춤형으로 국면에 따라 적절하게 포트포리오를 배분하는 종합예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ETF(상장지수펀드)와 대비되는 액티브펀드의 특징들이 다시금 시장 '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를 표했다. 김 본부장은 "(ETF는) 특정 테마, 시장을 따라가는 구조고 리스크 대비 리턴을 최적화하려는 노력이 없기에 반대 성격을 지닌 공모펀드가 분명 두각을 나타내는 시기가 돌아올 것"라며 "패시브가 대세로 가고 있긴 하나, 시장과는 상관없이 초과성과를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남는 펀드매니저 전통을 이어가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 10여년 책임운용 'KCGI코리아펀드'
김홍석 본부장의 최대 트랙레코드는 단연 'KCGI코리아펀드'다. 그는 2013년 라자드에서 메리츠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긴 직후 코리아펀드를 만들었다. 현재 KCGI자산운용의 간판펀드인 코리아펀드의 창시자인 셈이다. 펀드가 운용된 약 11년간 김 대표가 책임운용을 맡은 기간은 운용 첫 해와 2016년 말부터 2020년 말까지, 그리고 2022년부터 현재까지다. 책임운용역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던 기간도 있었으나, 11년 중 6년은 그가 총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코리아펀드의 가장 큰 변곡점은 2017년이다. 2014년 4월부터 권오진 전 메리츠자산운용 전무가 책임운용을 맡은 이후 코리아펀드는 대형주가 아닌 중소형주 위주로 구성됐다. 2015년에는 고성과를 기록해 막대한 자금이 유입됐으나, 2016년부터 수익률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운용 초기와는 달리 삼성전자를 다 매도함에 따라 반도체 대장주 등이 반등하는 국면을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삼성전자 장기투자 철학과 펀드가 따로 논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6년 말 김 본부장은 '구원투수'로 투입되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코리아펀드를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리벨런싱하는 과정을 거치는 데 펀드 사이즈가 2조원 가까이 되다보니 중소형주 매도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중소형주를 매도하는 데만 6개월 정도 시간이 걸리면서 원하는 포트를 완성한 시점은 2017년 여름 이후였다"라며 "삼성전자가 떨어질 때마다 매수를 반복해 수익률을 끌어올렸는데 그만큼 아주 힘들고 중요한 시기"라고 회상했다.
KCGI자산운용 출범 후 다시 총대를 매면서 그는 새로운 오더를 받았다. '살든지, 죽든지 액티브 매니저로 쇼부(승부)를 보라'는 목대균 CIO의 말이다. 김 본부장은 "2023년 말 책임운용을 맡으면서 종목수를 3분의 1로 줄이고 리벨런싱을 많이 했다"며 "목 CIO의 오더를 받아 압축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코리아펀드는 22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다. 그는 "글로벌 경기 민감성이 높기에 3년 정도를 보고 투자한다"고 말했다.
목대균 CIO의 주문이 통한 것일까. 코리아펀드 사이즈는 지난해 최대 성과를 냈다. 벤치마크(-9.6%)를 20.7%포인트(p) 초과한 11.1% 수익률을 거뒀다. 20% 이상 연간 초과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2013년 운용 이래 지난해가 최초다. 설정액 100억원 이상 국내주식형 펀드 254개 중 초과수익률 기준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크게 하락함에 따라 BM 대비 플러스 성과를 기록한 국내주식형 공모펀드는 전체의 약 11%인 29개에 불과했다.
김 본부장은 2차전지주를 배제한 게 '신의 한 수'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성과에 기여한 건 2차전지주 투자를 배제한 것"이라며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종목인 삼성SDI도 여름에 모두 팔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이 시장을 따라가는 것과는 달리 주가가 안 빠질 회사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게 차이를 만들었다"라며 "삼양식품, HD현대일렉트릭, KB금융지주, 삼성바이오로직스, 리가켐바이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효자종목"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 사모펀드 출시, 해외 펀딩 주력
올해 김홍석 본부장의 최대 목표는 코리아펀드를 1조원 규모로 키워내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코리아펀드는 전성기 대비로는 4분의 1 규모인 4000억원대로 운용되고 있다. 그는 "코리아펀드를 명실상부한 국내 1조원대 펀드로 키워내는 게 목표"라며 "그간에는 국내 시장을 보수적으로 봐왔기 때문에 확실하게 얘기하지 못했지만,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고 투자자들을 설득해 미국시장에서 국내시장으로 관심을 돌리는 게 나의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주식형 사모펀드도 출시할 계획이다. KCGI자산운용은 출범 후 대부분 메리츠자산운용에서 이관된 공모펀드를 운용 중이며 사모펀드는 공모주 하이일드 등 소수의 상품만 론칭했다. 일부 출자자(LP)의 요청에 따라 최근 사모 라인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홍석 본부장은 "사모펀드도 초과성과를 극대화하는 상품으로 출시하는 게 목표"라며 "공모펀드와는 달리 성과보수를 수취할 수 있는 펀드를 키워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해외 기관 펀딩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국내 증시가 저점을 찍었다고 판단한 해외 기관들이 국내주식을 잘 운용하는 내부 운용사를 물색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KCGI코리아펀드 역시 최근 은행 등 국내 기관들로부터 추가 자금을 받아 운용규모가 늘었다. 김 본부장은 "국내 고객 말고 해외 기관 자금도 유치하고 싶다"라며 "패밀리오피스 등 국내 엣지있는 운용사를 찾고 있는 그런 고객들의 눈길을 끌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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